연애에 목숨걸지 마라
「연애에 목숨을 걸어? 왜?!」이렇게 제목을 달고 나니, 내가 마치 연애에 대단히 회의를 품고 있거나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한 어감이 있다. 하지만 나 역시 지금 연애 중이다. 미리 밝혀 두자면, 난 연애에 대해 대단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내가 다만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내가 언제 30대를 대표하는 여자이야기를 쓰게 됐냐는 거다. 언제가부터 이렇게 난 나이 먹지 않았다고 발버둥쳐봤자, 만 나이로 어떻게 한 살 까먹으려고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게 됐다. 어쨌든 겸허하게 받아드리고, 30대 여자로서 나의 이야기들을 써가고자 한다.
연애의 묘미, 밀고 당기기? 그래서 주도권은 니가 잡았니?
어릴 때...10~20대 때는 몰아치는 감정의 폭풍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맨 적이 많다. 내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기에 집중하기 보다는 상대의 마음에 더 집중한다. < 지금 저 사람은 내 생각을 할까? >, < 나를 배려하기는 하는 거야? >, < 나를 사랑하기는 하는 거야? > 등의 질문은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나에게 집중하는 듯 하지만 이 물음들은 온전히 상대의 마음에 집중하고 있는 물음들이다. 결국에 내가 더 괴로워지는 물음들인 것을... 그럼, 넌 했냐?
한 순간 자존심 내려놓고, 내 마음 온전히 드러내 놓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던가. 왜 항상 진심은 그게 아닌데, 삐뚤어진 질문들과 왜곡된 물음들로 내 마음과 상대방을 괴롭혔을까. 일종의 밀고 당기기 또는 주도권을 쥐고 싶어서? 상처받기 싫어서 가드치는 건가? 말 한마디로 먼저 상대의 심중을 물으면 될 것을 쓸데없이 혼자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러다가 혼자 결론낸다. 그게 마치 서로가 의논한 결과인 것 처럼, 막상 들여다 보지 못했으면서 내가 상대의 마음을 다 들여다본 듯.... 혼자 내린 결론이 사실이 되어 버린다. 결국 주도권을 잡으려 시작한 싸움은 내가 먼저 상대에게 내놓은 꼴이다.
이러고 나면 항상 후회한다. 내 진심은 그게 아닌데... 말을 잘 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미 상처는 받았고~ 그래놓고 항상 상대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내 마음... 이게 뭔가... 그래 놓고, 다른 사람 만난다고 상황이 달라지나. 오히려 더 강화된다. 상처받은 마음에 또 상처받기 싫어서... 이제 그러지 않아야지 하지만, 이미 내 마음은 그러고 있고... 잘못된 습관일 수록 더 쉽게 버리기 힘든 것 같다.
이제 귀찮다. 그냥 있는 그대로가 좋아.
말 그대로 이제 귀찮다. 매일 매일 가슴 설레이는 것도 힘들고, 매일 매일 단장해서 예쁘고 보이고 싶은 것도 귀찮고,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혼자 고민하는 것도 힘들다. 그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에 집중하고, 내 마음에, 내 생활에 집중하고 살아간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 상대의 마음을 구속하지 않고, 나의 마음을 구속당하지 않으니 이 얼마나 자유로운가.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이야기하고, 귀를 기울이니 따뜻하고 편안하다.
예전의 경험들이 쌓여 이제 둔감해진 건가? 아니면 노련해진 건가? 어쩌면 그 어느 것도 아닐 수 있다. 난 가끔 그저 내가 이런 나이가 되어서 지금 나의 모습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상대의 마음에 집중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내 마음이 여유로워진 것 같다는 착각 말이다. 하지만 어떤 하나의 원인이 영향을 미쳤다기 보다는 나의 마음의 과거, 나이, 환경 등이 나를 변화시킨 걸 거다.
이제는 20대의 격정적인 또는 불꽃같은 사랑이라는 말을 들어도 벅차다. 어제 퇴근길에 라디오를 듣는데, 이런 말이 귀에 들어왔다. "20대에 꼭 해야 할 연애." 어느 나이 대에 꼭 해야 할 것은 없다. 어느 나이대에도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단지 그 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을 뿐이다. 결국 같은 말이긴 하나, 나의 선택과 관련없이 경험하게 되며, 그 때가 아니면 제대로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의미이다.
연애에 목숨을 걸어? 왜?!
연애에 목숨을 왜 걸어!? 언제는 그 사람 없이 살지 못했나? 죽긴 왜 죽어!? 라고 외치는 한 사람이 있다. 그래, 실제로 죽을 듯 사랑하지만 헤어져도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목숨을 걸 만큼 사랑하는... 그 존재감이 너무 커서 이제는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사랑은 있다. 연애에 목숨은 걸지 말자. 연애에 내 온 진심을 걸자.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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