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는 이유...
난 한 번도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 적도 없다.
애당초 인생 계획에도 없었다.
난 항상 직업 여성으로 살아가는 꿈을 꿨고, 나의 인생 계획도 거기에 맞춰 세웠다.
오래 오래 해먹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도 아이는 내 손으로 직접 키우고 싶었다.
그래, 지금 내 아이는 내가 직접 키우고 있다. 그런데 난 전업주부다.
원래 계획에 없던 전업주부로 살아서인가.
특별히 하는 게 없는데도 항상 마음은 급하고 조바심이 난다.
겉으론 몸이 피곤해 지쳐 보이지만 실은 마음이 더 지쳐있다.
힘든 육아때문에? 그래, 적어도 돌 전까지는 그랬다.
끝없는 집안일때문에? 이건 평생토록 남는 숙제이지 않을까 싶어 포기했다.
원래 끝이 없으니 끝을 낼 것도 없다. 그냥 조금씩...
그런데 뭐 때문에 지쳐있나? 시댁문제? 전혀. 남편이 속썩이나? 아니.
곰곰히 며칠 동안 생각해봤다.
대체 뭐가 나를 이렇게 조바심나게 하고, 불안하게 하는지.
일을 하지 않고, 발전해나가지 않는 내 모습에 불안해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일에서 얻는 성취감이 곧 즐거움이었고, 승진과 올라가는 월급이 나의 기쁨이었으며,
새로운 분야와 영역에 도전이 나의 발전을 의미했다.
이어 오래토록 해 먹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토대이기도 했다.
그런데 난 지금 전업주부이다.
전업주부로서 프로가 되기 위해, 육아를 하는 엄마가 공부를 해야 할 지금 시점에
콩밭에 가 있는 내 마음때문에 난 여태 괴롭고 불안했던 거다.
일을 하면 되지 않냐구? 터전이 바뀌면서 그것도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면 그 꿈을 잠시 접어두면 되지 않냐고? 그렇다.
그런데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겉으로는 잠시 접어둔 듯 그렇게 살고 있으나
내 마음 속 깊은 속에서는 계속 나를 자극한다.
너 지금 뭐하냐고, 이러다 자꾸만 뒤처지는데 가만히 있을거냐고!
도태되는 듯한 나를 견디지 못하는 거다.
그렇다고 엄마 노릇을 잘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만 엄마 공부에 열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도
내 손은 육아서적보다 전공서적과 다른 책들에 손이 간다.
포기할 수 없다. 아니, 포기가 안된다. 그래서 너무 괴롭다.
언제쯤 포기가 될까? 포기가 아닌 잠시 접어두는 것도 왜 나는 용납하지 못하는가?
왜.... 접어두었다가 다시 펼쳤을 때 내가 발붙일 곳, 다시 나아갈 곳이 없을 것 같다는 불안함이다.
예전에 수월하게 읽던 책 한 문단을 읽고 이해하는 게 벅차다.
쉽게 읽던 영어 원서가 읽혀지지 않는다.
남의 말을 들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내 상태가 나의 불안함을 더 들쑤시고 있다.
자꾸만 불안해진다. 내가 나아갈 곳이 없어질까바.
그냥 집에서 평생 밥하고, 애들 뒷바라지만 하고, 남편 뒷바라지만 하다
시간이 오래 지난 후 허무함, 후회가 나를 괴롭힐때
나는 나에게 뭐라 변명할까?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고?
열심히 사는 건 인생에 대한 기본적 예의.
계획에 없던 모습으로 인생을 채워갈 내가 용납이 안되나보다.
어떡해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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